2023. 7. 19. 15:59ㆍ언론
Art & People -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한국의 예술적 미와 정신을 화폭에 담아
이나라 기자 35shine@inewspeo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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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전 비리, 작고한 인기 작가들의 가짜 작품 소동, 화랑과 중견작가들의 부적절한 관계 등 최근 들어 미술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특히 최근 미술계에 불고 있는 가장 큰 관심이라면 역시 한국 미술시장의 경매 붐이라 할 수 있다. 한 방송사에서 미술품 경매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한국 미술시장은 유사 이래 가장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미술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미 작품정신은 잃어버린 채 값 매기기에만 현안이 되어버린 세태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현재 밀양에서 화가이자 국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태환 화백은‘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으로 개성주의가 극명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스타급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힘든 상황이라는 그는“최근 미술 경매가 호황을 맞는 등 미술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작가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오태환 화백의 끊임없는 작품정신은 지금과 같은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의 멋, 메말라가는 향토정서 일깨워
195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오태환 화백은 초등학교 때부터 화가의 꿈을 접지 못해 지난 1990년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비록 미대를 나오진 않았지만 학벌이 아닌 작품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자하는 열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개척해온 그는 유독 한국의 고전적 유품을 소재로 한 화풍을 고수해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오태환 화백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번째 도전 끝에 거머쥔 첫 입선을 시작으로, 그는 2002년과 2003년에 연거푸 특선을 달성하며 오태환이라는 이름을 세간에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민족의 얼과 슬기, 솜씨가 스며들어 있는 역사적 소재들을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재탄생시키는 그의 작가정신은 그를 경남 예술계의 보물로써 인정받게끔 만들기도 했다.
고전적 화려함과 엄숙성을 발산하는 작품‘한국의 멋-정기’를 통해 마흔이 넘은 나이에 국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오태환 화백은“개인적으로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었고,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지금 이렇게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시발점도 바로 이 작품이다”라며, ‘정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오태환 화백은 학창시절부터 남다른 역사적 유물에 대한 관심으로, 옛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향토적 색채를 강하게 내뿜으며 메말라가는 향토정서를 그만의 자긍심과 애향심으로 화폭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오태환 화백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황토빛깔에 대한 애착은 근원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토착성과 보편성을 사랑해온 한 예술가의 지속적 관심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오태환은 과장이나 허세를 경계하면서 진실만을 리얼리티하게 화폭으로 옮기는 진솔한 화가이다. 뿐만 아니라, 기법이나 표현상의 방법론, 물상의 포치와 공간의 분할 등 거의 흠 잡을 데가 없을 만큼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오태환 화백은 기법과 양식에서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생체와 오브제 등 다양한 질료를 자유분방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는 동양물감의 분채와 석채, 서양물감의 화이트와 블랙, 아크릴과 금분 등 재료에서부터 동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한마디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매끄럽고 독특한 통일감각을 유지하면서, 기법과 재료, 양식상의 방법론은 자유분방한 자유의 미학을 누리고 있다. 특히 황토의 거칠고 우툴두툴한 입자를 화면에 뿌려대는 덧칠 기법은 오태환 화백만이 가진 특유의 방법론이다.
그것은 화면에 입체적 음영을 가감하여 역사의 굴곡을 새기고 나아가 무한한 상상력까지 부추긴다. 또한 그는 살아있는 색채감으로 미적 감각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혼합재료를 가공해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림 속의 용도에 따라 산화철이나, 황토 흙, 석채, 금분 등을 사용하여 평면적 그림이 마치 실제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입체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한편, 민족의 역사적 소재에 대한 오태환 화백의 관심은 영정 제작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박위, 허준, 아랑, 사명대사 등에 이르기까지 밀양 지역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들은 어김없이 그의 터치를 거쳐 작품화되었다.
조상들의 예술적 정기와 문화적 흔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대구, 부산, 서울을 돌며 11회에 걸쳐‘한국의 멋’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가졌던 오태환 화백은 한국미술의 창조적인 발전을 위한 한 구성원으로서,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한국 작가들이 무작정 서양 기법을 쫓다보니 국적 없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다”며, “서양화라고해서 외국 화가들의 기법을 따라가다 보면 자칫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그의 작품정신은 현대 한국인들의 삶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의 예술적 미와 정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흘러간 노래에서 옛 향수를 찾다
밀양에 자리하고 있는 오태환 화백의 동방화랑은 온통 골동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오래된 물품에 대한 애착과 인식이 유난히 각별한 그는 옛 노래에 대한 애착 또한 남다르다. 그래서인지 나팔형, 콘솔형, 포터블형으로 된 각종 축음기와 진공관 장전축을 볼 수 있는 그의 화랑은 흘러간 노래가 전해주는 옛 향수들로 가득하다.
옛 노래 애호가이자 수집가인 오태환 화백은 중2때부터 부산 범일동 고물시장, 대구 칠성시장, 서울 청계천 등을 뒤져가며 음반을 수집하기 시작하여, 현재 그렇게 모은 옛 음반만 4천여 장 넘게 소장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팔아 진공관 전축을 사기도 했다니, 개인 소장가로는 전국 최고라고 자신한다는 그의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왕년의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남인수의 왕 팬이기도 한 오태환 화백은 남인수 음반만 200여장을 소장하고 있으며, 옛 노래 동호회 모임이나 해마다 진주 등지에서 열리는 남인수 팬클럽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내친 김에 지난 7월에는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한국의 옛 문화와 옛 노래, 그리고 고향을 사랑하는 오태환 화백은 밀양예총 사무국장으로 오랜 기간 재직하였으며, 예총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한 모습으로 밀양 사람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작가는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좋은 작품을 얼마나 많이 그리느냐가 중요하다고”고 강조했다. 더불어“최근 불어 닥치고 있는 미술 경매 바람으로 인해 젊은 작가들이 작품성 보다는 대중성에 편향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물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대중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러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길 바란다”고 후배 작가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곧 20년을 바라보는 오태환 화백의 화가 인생, 그러나 그는“나는 지금도 입문 과정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화가는 손재주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남보다 더 생각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내년 4월에 있을 프랑스 파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모스크바, LA, 북경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개인전을 준비할 계획에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내실을 밟아나가는 대기만성형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오태환 화백, 한결같이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그의 작품정신이 해외에서도 그 빛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NP
2007년 10월 30일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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