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노래와 황토그림에 푹 빠져살지요"-부산일보

2023. 7. 18. 11:42언론

옛노래와 황토그림에 푹 빠져살지요"-부산일보

옛노래와 황토그림에 푹 빠져살지요"

옛 음반 4천여장 소장 밀양 토박이 화가 오태환씨 중2때부터 수집·남인수 왕팬, 가수로도 등록
흙 소재 그림으로 국전 특선,10월 27일 개인전
                            

                                                                                                                             부산일보 사람과 생각 2006.9.1

 

경남 밀양시 밀양의 토박이 화가 오태환(48)씨의 작업실에는 흘러간 것들이 물레방아 돈다. 삼문동의 동방화랑은 미술과 음악이 한데 어울려 고풍스러운 하모니를 빚는다.

그림과 노래는 일상의 사소함으로 가뭇없이 스러져갈 운명을 박차고 끈질기게 자맥질한다.

그림 속 황토빛깔의 토기 수막새 암막새 와당 따위가 그러하고,축음기를 타고 칙칙거리며 흘러나오는 옛노래들이 또한 그러하다.  마침내 옛것들은 작가가 추구해왔던 '한국의 멋'이란 주제로 돋을새김된다.

9번의 개인전을 치른 오태환씨는 화가라는 명성 못지 않은,당당한 옛노래 애호가이자 수집가이며 가수(?)다. 그것도 흘러간 노래만 찾는다. 중2 때 이미 '끼'가 발동되어 옛가요 음반 수집에 들어갔고,크리스마스 카드를 팔아 진공관 전축을 사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LP 등 음반이 4천여장이다. 왕년의 가요 황제 남인수 왕팬인 그는 남인수 음반만 200여장을 갖고 있는데 개인 소장가로는 전국 최고라고 자신한다.

"1960년대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이전에 나온 음반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옛 음반은 그림 못지 않은 보물이지요. 그림을 그리면서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정신적 준비과정이랄까요. 옛가요는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보물로,그 시대의 애환과 삶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함,조국 해방의 환희,6·25 한국전쟁 때의 군가,60~70년대 사랑의 노래 등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요. "

음반은 부산 범일동 고물시장,대구 칠성시장,서울 청계천 등을 뒤져 구입했다. 부산에 상당히 많은 옛노래애호가들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옛노래동호회 모임이나 해마다 진주 등지에서 열리는 남인수팬클럽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내친 김에 지난 7월에는 가수로도 데뷔했다. 한국연예인협회 부산지회 가수분과에 회원으로 등록한 것이다. 하지만 기념으로는 몰라도 본격적인 음반을 낼 생각은 없다고 한다. 옛노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다.

화가 이력도 옛노래만큼이나 각별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미대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스카프나염공장과 한국도자기 밀양도자기 등에서 디자인을 담당했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갖고 있던 화가의 꿈을 접지 못해 지난 90년 전업작가의 길에 나섰습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길은 국전밖에 없었지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렸고 9전10기끝에 10년 만에 국전에 입선했습니다."

200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입선했고 2002년,2003년 내리 국전 특선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의 그림세계는 황토분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후배가 황토집?짓는다며 마당에 황토를 부려놓았는데,햇살을 받은 황토빛깔이 그리 고울 수 없더라고요. 흙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했지요. 옛조상들의 예술적 혼을 그림에 담는 데에는 흙만한 소재가 없겠다 싶었죠. 밀양 인근 야산을 돌아다니며 황토를 채집했고,분채 석채 산화철 등을 함께 섞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전에서 인정받은 것도 아마 저만의 색을 찾았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밀양 토박이 화가 오태환씨는 오는 10월 27일~11월 2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부산에서의 두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지금껏 추구해온 조상들의 예술정신을 담은 40점의 황금빛깔 그림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보다 성숙해지고 농익은 '한국의 멋'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늘 가까이 두고 사랑하는,시대의 애환을 담은 옛노래들을 더불어 들려주면서.

임성원기자 forest@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