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환 한국의멋 대구전 작품해설 no1

2022. 10. 11. 18:55전시

    글    라인강(우길주)

 

2003년 한국의 멋 오태환 작품전(5월 27일-6월 1일)에 전시된 작품의 일부입니다.  우선 카다로그 입니다.

목 질감을 주는 다양한 무늬와 함께 한 기마인상(일부)이로군요. 한국의 멋을 찾아가는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이미지가 풀어집니다.

 

한국의 멋-정기, 2001

한국의 멋-정기, 2001

우리 고유의 정기를 오늘에 되살리는 오태환님의 작업에 찬사를 보냅니다..속에서 돋아나는 금장식품들과 귀면 기와, 그리고 처마 끝 용 장식품 등이 화려하게 살아납니다. 마치 우리들에게 자신들의 당당함을, 그리고 우리들의 망각을 꾸짖는 것

같군요.재질이 단순한 물감이 아니라 모래나 기타 투박한 가루를 혼합 재료로 사용 했습니다.

한국의 멋-정기 2002

한국의 멋-정기 2002

역시 혼합 재료로 그렸습니다. 마치 석관묘 같은 곳에서 천년을 잠들다 부장품들과 함께 기마 토기가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천박 하고,왜소하고, 무성한 논리에 진흙탕이 된 후손들을 가르치려는 건 아닌지. 냉정한 판관 같은 표정이 역사 속에 사라져간 우리들 장대한 할아버지 장군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멋-영남루 소견

한국의 멋-영남루 소견

역시 거친 가루를 재료로 사용하여 질감이 돋보입니다. 그 질감에 화면의 주제를 아래와위의 2부분으로 나누어 역사의 두터운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했군요. 

이 경우 강은 그냥 강이 아니라 인생의 깊숙한 의미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말없는 영남루는 그걸 계속 지켜보고...한데 강변이 이랬던가? 전 거기서 발도 씻고 했거든요

한국의 멋-복 2002

한국의 멋-복 2002

우선 사실적 질감이 돋보입니다.

한데 주제를 배치하는 방식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조리와 그릇 뒤에 복을 살짝 숨겨놓았습니다.

그 복을 나타내는 도구들을 화면 중앙에 집중시켜 강렬해진 원망을 오히려 은근히 숨기는 절묘한 구도는 그야말로 뛰어납니다. 왼쪽 아래 따로 배치한 상평통보가 그런 역할을 하지요.

바탕의 삼베 질감은 우리 선조들 마음일까요?

한국의 멋-정기 2002-2

한국의 멋-정기 2002-2

저는 이 그림을 보고 차라리 한국적 인상파의 그림이 이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굳건한 리얼리즘에 바탕한. 불길인지, 아니면 용암 같은 이류 속에 속절없이 침범 당하는 푸른 색의 이미지는 작자만이 알 일이지만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마치 밀가루를 뿌린 듯한 하얀 색은 모든 것을 감추고, 그래서 사라지는 無의 이미지는 아닌지.

한국의 멋-정기 2002-1

한국의 멋-정기 2002-1

그야말로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화면 가득 철철 넘치는 질감들은 인생의 온갖 화려한 꿈들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불상은 웃고 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왜 그럴까요? 그렇지요. 이 그림의 주된 이미지는 둥근 원입니다. 바퀴는 시간을 상징하고 있지요.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마멸되는 화려하지만 허망한 꿈! 불상은 그걸 알기 때문에 웃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어리석음도 아우르는 마음을 나타내는지도. 우리는 불상에서 허망과 위로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압도적인 화려함은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