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멋-魚문

2023. 7. 23. 14:35그림이야기

한국의 멋-魚문

오태환 그림이야기 2006-11-18 10:48:05

 

● 물고기(魚)

 

  물고기 문양은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 입신출세, 효행, 자손번창, 부부 금슬(琴瑟) 등을 상징하는 무늬였다.

45.5x37.9  한국의멋 부산전(금정문화회관) 전시작품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다리 위에서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노는 모습을 내려보면서 '어락(魚樂)'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화로 인해서 물고기는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의 상징하게 되었다. 물속에서 노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이기도 하거니와 물고기 어(魚) 발음이 여유롭다는 뜻의 여(餘) 발음과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다.  

 

 물고기가 입신출세를 나타내는 문양이 된 것은 잉어와 관련한 등용문(登龍門) 설화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중국 황하(黃河)의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에서는 잉어들이 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다투어 뛰어오른다. 그곳을 성공적으로 뛰어 넘으면 잉어는 용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를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하여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면학에 힘쓰는 선비들이 잉어에 비유되었고,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잉어 무늬가 연적 등의 선비가 사용하는 문방구나 기타 공예품 장식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이와 함께 메기와 쏘가리도 비슷한 의미이다. 메기는 흐르는 물을 훌쩍 뛰어넘어 대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는 설화로 인해서 관직 등용과 출세를 상징하게 되었다. 쏘가리를 나타내는 한자 궐과 궁궐의 궐(闕) 발음이 같아서 역시 입신출세를 나타내는 문양이 되었다.  

 

 입신출세를 나타내는 잉어는 효행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진(晉)나라 때 왕상이라는 사람은 그의 계모가 엄동설한에 잉어를 먹고 싶어하자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얼음을 두드렸고, 신령의 가호로 잉어가 튀어나와 잡아다가 계모를 정성껏 공양했다고 한다. 이런 설화로 인해서 잉어는 효행을 나타내는 무늬가 되었다. 

 

 물고기는 자손 번창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잉어의 머리를 남근 모양으로 묘사한 무늬를 보아도 그런 뜻은 쉽게 짐작할 수 있으며, 한번 알을 낳으면 수천수만의 새끼를 볼 수 있는 물고기의 생식능력으로 인해서 다산과 자손 번창을 의미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입신출세를 의미하는 잉어는 연적이나 도장의 무늬가 되었고, 여인들의 노리개 장식으로도 쓰였는데, 이때는 다산과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처럼 문양은 같은 소재이더라도 쓰임새에 따라서 다른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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