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3. 13:07ㆍ가요이야기
상처의 붉은 피로 써 보내신 글월인가
한 자 한 맘 맺힌 뜻을 울면서 쓰셨는가
결사대로 가시던 밤 결사대로 가시던 밤 이 편지를 쓰셨네
세상에 어느 사랑 이 사랑을 당할손가
나랏님께 바친 사랑 달 같고 해와 같아
철조망을 끊던 밤에 철조망을 끊던 밤에 한 목숨을 바쳤오
한 목숨 넘어져서 천병만마 길이 되면
그 목숨을 아끼리오 용감한 님이시여
이 아내는 웁니다 이 아내는 웁니다 감개무량 웁니다
결사대의 아내 : 이화자
'결사대의 아내'를 작사, 작곡한 사람은 조명암, 박시춘으로,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당대 최고의 유행가 작가였다. 노래를 부른 이화자 역시 당시 오케레코드를 대표하는 일류 가수였음은 물론이다.
선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인기 있는 유명 작가와 가수일수록 친일 유행가에 관여한 경우가 많았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혈서지원'은 1943년 말에 오케레코드에서 발표된 것인데, 남인수, 백년설, 박향림이 함께 불렀다. 세 명 모두 오케레코드를 대표하는 인기 절정의 가수들이었음은 물론이다. '혈서지원'과 같은 음반에 수록된 '이천오백만 감격' 역시 남인수, 이난영이 함께 불렀는데, 전체적으로 전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은 물론이고 가사 3절은 아예 일본어로 부르기까지 했지만, 남인수의 목소리만큼은 그 어떤 곡에서보다도 박력 있고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뛰어난 작가과 가수들의 역량을 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친일 유행가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현재 이미 대부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상세한 경위는 알기 어렵지만, 상업적으로 큰 흥행을 기대할 수도 없는 친일 유행가 제작에 이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비록 일제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는 해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그냥 외면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끄러운 시대상일수록 더욱 파헤치고 밝힐 필요가 있지만, 시대적 공과는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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